남자, 혼자 한 달 살기 시작했습니다 DAY-6

 

저는 지금 은행에 앉아있습니다.

역시 더운 여름엔 은행만큼 시원한 곳도 없지요.

그래서 저는 시원한 은행에 앉아있다가 아니라!!

저도 제가 지금 왜 여기 앉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여행은 역시 수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냅니다.

이 사연, 잠시 뒤에 소개하겠습니다.

 

 

 

5월 23일, 5일째 점심은 분짜를 먹었습니다.

한시장에서도 가까운 곳인데, 

관광객도 많이 가는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 유명한 분짜네요.

 

색깔로 봐서는 굉장히 기름질 거 같은데 

의의로 깔끔한 맛이었고, 새콤함도 있었습니다.

고수와 상추를 넣고, 양념도 약간 넣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커피 한 잔하고, 한시장 앞에 있는 이미테이션샵에 들러 

고국 동포들에게 줄 선물을 몇 가지 샀습니다.

명품을 손에 쥐고 행복해 할 그들의 얼굴이 벌써 그립네요.

 

 

 

어제는 도시를 벗어나 시골을 좀 구경해보기로 했습니다.

용다리에서 남쪽으로 무작정 오토바이를 달렸습니다.

 

한국에선 오토바이나 자동차로 

근교를 달리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제가 그러고 있네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달리고 싶었을 뿐.

 

 

 

가득 채웠던 기름이 약 일주일만에 바닥을 드러내네요.

앞으로 2번 더 넣으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8만동이네요.

 

 

 

 

20여 분쯤 달리니 점점 건물과 인적이 잦아들고,

한적한 시골길과 허름한 동네가 나오네요.

이런 시골은 유튜브나 미디어에서 

거의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고조 혁명적 정신으로 혁명적인 사회를 건설하자우! 동무.

 

어릴 적 반공교육 때 보던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네요.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볼 때 

사회주의에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고유의 특이한 느낌들이 있습니다.

 

매우 단순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강한 대비와 높은 채도, 

굵고 뚜렷한 선이 뭔가 낯설고 묘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포스터는 시내 곳곳에서도 만날 수가 있어요.

 

이 사진을 찍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돌아서는 순간!

정말이지 심장 멎는 줄 알았습니다.

 

 

 

약 3미터 정도 바로 뒤에 

여자 공안이 오토바이를 타고 서있더군요.

 

'이 새끼 니 누고 처음 보는 간나새끼네'

이런 싸한 눈빛으로 저를 스캔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짜 너무 긴장되더라구요.

50만동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망했다.... 

왜 하필 이런 데서 우리가 만났을까... 아주마이....

 

30초 정도 묘한 정적이 흐르는 동안 

저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담배를 끄고 달아날까'

'담배꽁초는 어쩌지 바닥에 버리면 과태료가 추가되나'

'말을 걸어 선빵을 날릴까'

 

저는 에라 모르겠다하고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어리숙한 척 하면서 카메라를 든 포즈로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I love your uniform. Can I try a picture of you'

뭐 이딴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기래.

 

'' (이 미친 놈이 뭐라카노)

뭐라고 하건 아주마이 공안 입에서 말이 나오자 

저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카메라!! 유어 픽쳐!! 플리즈으~~~~'

'노노~' (미안하다는 제스쳐)

 

최대한 아쉬운 척을 하며 

'아~ 오케이 아이가릿' 하며 뒤돌아 섰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주머니 공안 친구 2명이 더 오더니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네요.

 

씩 웃으며 스마트폰을 들어 보여줬더니 웃으며 갑니다.

위 사진이 그 때의 모습입니다.

 

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왜냐면 하필 20여분 전, 

닭장트럭에 실려가는 재소자들의 모습을 봤거든요.

제가 하필 그 뒤에서 신호대기를 했었거든요.

잠시나마 그 차에 탄 상상까지 했었네요.

 

후배가 공안에게 말 거는 사람 처음 봤다네요.

가끔은 이런 꼼수가 통할 때도 있는 법이죠 뭐.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입니다. 

한가로이 소가 풀을 뜯고 있네요.

 

삿갓 쓰고 논 일하는 할배도 만났구요,

 

 

비행기에서 봤던 공동묘지도 가까이에서 봤습니다.

저는 샤머니스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묘한 느낌이 들었네요.

 

 

 

여행을 하다보면 베트남 곳곳에서 

이런 샤머니즘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느 곳이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은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기도, 

희망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결국 이 곳 베트남도 똑같은 사람사는 곳이라는 얘기죠.

 

 

 

 

약 2~3시간의 베트남 시골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이 미친 놈이 그 귀한 시간을 이딴 데 쓴다고' 난리네요.

그럴 거면 즈그가 여행을 가든가.

 

짧지만 참 특별하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떠날 지도 몰라요.

 

 

 

저녁엔 매콤한 것과 시원한 것을 먹었습니다.

 

 

 

 

오늘의 점심은 반깐이었네요.

 

 

여기는 한국어 메뉴판도 있습니다.

상호가 보이니 관심있는 분은 가보셔도 좋겠습니다.

다른 가게는 뼈가 꼭 들어간다는데

여기는 뼈가 없는 메뉴도 있어서 

깔끔한 맛을 느끼기에 좋았네요.

 

 

 

저는 새우, 게살을 먹었습니다.

더운 날 더운 데서 더운 걸 먹으니 참 덥습니다.

육수를 좔좔 흘렸습니다.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해장에 참 좋겠네요.

 

 

 

식후 커피를 한 잔 하고, 

ATM에서 돈을 뽑은 뒤 

카페에서 작업을 할 계획이었습니다만,

 

날이 더워서 그런지 ATM이 카드를 토해내지 않네요.

그 더운 부스에서 한 10여분을 두드리고, 살피고 

생쇼를 하고 있었습니다.

ATM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제 유심은 전화가 안 되는 건가봅니다.

 

돌겠네요.

카드에서 돈 찾아서 생활해야 되는데 

이 놈들이 카드를 인질로 잡고...

 

그 때 옆에 있던 아니 옆에 계시던

잘생기고 귀엽고 친절하고 돈 잘 벌게 생긴 남자분이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

 

'아... 디스 캐시머신~ 마이 카드~ 인 데얼~'

아무 말이나 내뱉습니다.

느긋하고 태평한 성격인 저도 

이 더운 부스에서는 환장하겠더라구요.

 

'아~ 아~ 오케이!'

상담센터로 전화를 겁니다.

 

옆에서 들으니, 

뱅크가 어쩌고 한국놈이 저쩌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한참을 통화하다가 주소를 보여줍니다.

어딘지 전혀 모르겠네요.

 

그랬더니 자기 차를 타고 같이 이동하자고 합니다.

'ATM이 고장났는데 왜 내가 이동을 해야 하지'

 

은행에 가서 문의하고 확인해야 

거기서 카드를 돌려받을 수 있답니다.

 

하... 시스템 참.... 

어쩌겠습니까...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의 낯선 차에 같이 탔습니다.

 

한참을 달리네요. 그랬더니 SEA뱅크가 보입니다.

이동하는 동안 몇마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름은 이딴(아마도 ethan으로 추정)이고, 

부담갖지 말라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의 낯선 호의지만,

복장도 멀끔하고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데다 

제가 지금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딴 밖에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보다

싯다르타 석가모니보다

저에겐 그저 이딴 뿐입니다. 

나중에 이딴교를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딴이 은행 창구로 가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합니다.

결론은 '내일 은행에 와서 카드를 찾아가라'고 합니다.

 

안 된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베트남어 번역기를 사용했습니다.

'나는 카드로 출금해서 돈을 쓴다. 

 지금 나에겐 10만동이 전부다. 오늘 안에 해결해달라'

 

은행직원 4~5명이 모여서 의논하더니

'오케이~ 4pm에 오면 카드를 주겠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친절한 이딴은 호텔이 어디냐고 

그 곳으로 데려다주겠다네요.

 

'나의 오토바이가 아까 그 ATM 앞에 있으니, 

 차라리 거기로 데려다달라.'

친친절한 이딴의 차에 올라 다시 ATM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럴 거면.... 왜 은행으로 오라고 했을까..... 이 더운데.....

하지만 불평불만 할 때가 아닙니다.

카드나 돌려받고, 현금 인출이나 잘 되면 좋겠습니다.

 

 

 

친친친친절한 이딴이 차에서 내리면서 

저에게 10만동을 줍니다.

이거라도 가지고 쓰랍니다.

 

'No~ You waste for your time to me too much, 

 I cant take it'

손에 쥐어주고 쿨하게 가네요.

 

'I will never forget your name, 이딴'

 

떠나는 이딴을 붙잡고 사무실이 어딘지 물었습니다.

노보텔 3층에서 자기 회사를 운영하는가 봅니다.

 

내일 꼭 들러서 신세를 갚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도착한 첫 날 만났던 사기꾼 그랩기사부터 

비싼 값에 낡은 오토바이를 빌려준 업자,

15만동짜리 껌땀을 먹었던 식당.

 

좋지 않은 기억들도 있었지만,

곤경에 처했을 때는 이렇게 좋은 사람도 만났습니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내일 음료수라도 사서 이딴의 사무실을 방문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베트남 친구가 하나 생겼네요.

 

글을 싸는 동안 약속한 4시가 다되었습니다.

할 말이 많아서 제가 무슨 말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런 일도 있거니 하고 봐주시고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은행으로 바로 가시는 걸 드립니다.

 

베트남 ATM에 카드 인질을 다 겪는 

이딴의 한국인 친구였습니다.

 

+ 카드를 찾았습니다. 홧김에 9백만동 인출했네요.

 최대한 atm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아야겠습니다.

 

댓글